10월 초, 주변에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비대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친구가 주도해서 몇 가지 룰과 일정을 조정했고,
뇌에 힘풀고 살던 우리가 매달 한 권씩 읽기로 약속했다.
독서 리스트는 'tvN 책읽어드립니다' 방송도서를 기준으로 잡았다.
왜냐면 설민석님이 너무 설명이 찰져서 읽고싶은 책이 늘었다 이말이야(욕심만 늘었다)
먼저 우리 모임의 목적은!
'한달에 한권! 이라는 독서 습관을 기르고
다같이 생각공유! 를 통해 서로의 가치관 공유 및 생각의 표현을 늘리는 것'
룰은!
1. 책 선정은 돌아가면서 한 권을 골라 다같이 읽기로 했고, 읽지못하겠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어야한다.
2. 매주 얼마나 읽었는지 %표기로 공유하기로한다. (경쟁X 알람O)
3. 마감일+2일(여유시간) 까지 각자 최소 A4 용지 반 장 분량의 서평을 작성해서 공유하고,
그 서평에 자기 생각을 담은 답글을 달아 생각을 나눈다.
4. 다 읽지 못했다면, 읽은 곳까지 서평을 보다 깊게 쓰고 스포를 당하는 것이 페널티가 되겠다.
(벌칙이나 벌금은 적용하지 않는 것이 목적에 부합할 것)
첫 달이라 세부사항 조정중~.~
그래서 우리 모임장이 야심차게 선정한 첫 도서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La peste)'
코로나19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하여 정했다고 한다.
나중에 후회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외국도서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도서다.
70여 년 전 출간되었다.
그래서 번역이 매끄러울지, 외서의 문장은 읽기가 어려웠어서 걱정됐는데 어쩜.... 예상대로였다.
외서는 시간을 들여 번역비교를 통해 잘 맞는 번역가와 손잡고 읽자
난 이분 거 참고했다! 감사합니다...
페스트를 잘 읽으려면
내가 책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인지능력이 저하된 것인지, 번역체가 이상한 것인지, 번역은 잘했는데 원문이 문제인 것인지 고민하면서 읽었다.
그래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에 읽었더니 3일만에 25%읽었더랬다.
그리고 마감일이 되어가도록 45%읽었다.
그만큼 뒷 내용이 궁금하거나, 찾게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2일의 여유시간 동안 나머지를 다 읽고 서평까지 마무리했는데,
그 이유는 책의 중간까지 마의 구간만 넘어가면 문장이 조금 수월해지고, 전개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추억미화를 한다^^;
갑자기 TMI나 중요치 않아보이는 내용도 많은 편인데, 이는 적당히 넘겨도 내용 파악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페스트의 창궐과 그 여파에 대한 내용만 파악해가면서봐도 괜찮다.
조심할 것은 서술자의 문장의 의미를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는 것이다.
어려워 보이는 문장의 숨은 뜻을 알아내겠다며 나는 할 수 있다며 덤비면
나만 피곤해지고 같은 문장을 반복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리니...
이 책 속엔 어렵지만 매우 교훈적인 명문장이 많이 등장하는데,
코로나19시대에 우리가 새겨야할 내용 뿐 아니라 인간사회에 있어 우리가 잊고, 잃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꼬집기도한다.
그만큼 그 문장을 모으는데 흥미가 생길 수도 있다.
등장인물 분석이나 줄거리를 제외한 짧은 서평을 하자면
이 소설은 챕터별로 기승전결이 뚜렷한데다가 페스트가 물러가는 4-5부는 현재 책을 읽고 있는 시기(10월~2월)와 같아서 괜시리 희망적이게된다. 우리는 결론까지 얼마나 걸릴지...
프랑스의 평범하고 아름다운 해안도시, 오랑의 이야기는 지금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의료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현대에도 인간 군상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 사람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의료진으로서 사태의 일선에 있던 리외와 타루의 보건대, 쌓여가는 업무를 끝까지 처리하던 공무원 그랑, 혼란 속에서도 밀수로 이득을 취하는 코타르까지 하나하나 지금과 대입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렇듯 너무 현실적인 소설이라 독서 초보자인 나로서는 ‘와 지금이랑 똑같네’와 같은 상투적인 평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각자가 모두 페스트를 자기 속에 지니고 있다는 것, 잠시 방심해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지 않도록하려면 계속해서 스스로 경계해야한다는 것도 나는 잘 압니다. 미생물은 자연적입니다. 그 이외의 것을 원하신다면, 그건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선량한 사람, 거의 누구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가능한한 방심을 안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려면 의지가 있어야하고 긴장해야합니다......페스트환자로 있기를 원치않는 것이 더 피곤한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모두가 피곤해보이는 것이고, 이것은 모두가 약간 페스트에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런 상태를 끝내고 싶어하는 몇몇 사람이 죽음이라는 해방 외에는 그들을 해방시켜주지 않을 극도의 피로를 자진해서 겪는 겁니다.’
페스트, 알베르카뮈_변광배 역
지금 코로나19 사태에서, 나를 심하게 조이면서도, 심적피로감에 긴장을 풀다보니 유독 공감되는 구절이 있었다.
어릴 적 검사였던 아버지의 사형 구형 장면을 보고, 사람을 죽게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겠다 결심했던 타루가 했던 말이다. 여기서 그가 말한 ‘페스트’는 질병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 속에 기생하는 악한 무언가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경계를 멈추지 않고, 방심하지 않고 항상 긴장해야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타루가 가출했던 계기+이 작품이 강조한 인간의 연대의식'과 '페스트를 대하는 자세+어떠한 도덕적인 고뇌의 필요성'을 연관지어 표현한 것 같았다. 페스트가 처음에 방문자의 형태로 왔다가 방심한 사이에 도시의 일상을 통째로 바꿔버린 것 처럼...
혹자는 페스트를 전쟁이나 나치의 독재시절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쟁 속에서 우린 타루가 말한 ‘선량한 사람’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내 젋은시기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 억울했고, 탓 할 사람도 없이 막연히 화가 났었다. 한 편, 더 넓게 생각해보면,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억울했던 젋은이들이 없었을까. 전쟁, 자연재해, 질병, 기아, 금융위기 등 젋은 세대 뿐 아니라 수 많은 세대가 힘들었던 시기가 수도 없이 많았다.
나도 천식을 앓던 그 노인이 했던 말처럼, 이것도 사람이라면 언젠가 마주해야할 어쩔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겠지싶다. 이런 생각이 들고나니, 여전히 억울하지만 마음 어느 한 구석은 편안하다.
리외가 페스트 종식에 냉소적인 것 처럼, 지나간 어떠한 형태의 페스트가 우리 인생에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언젠가 ‘페스트’는 우리가 연대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시험하기위해 어디선가 쥐를 깨워 다가올지도 모른다.
짧게 말하자면, 이 책은 단지 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피하면 안될 현 시점에서 가치있는 책이다.
코로나19시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70년 전 책이 예견했다는 점과 그의 통찰력있는 문장에 감탄했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모아두다 포기했다는 점...
명언제조기 카뮈씨...
다시 읽어볼만한 책,
다 같이 읽어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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